꼭 읽어야 할 사람은 읽을 수 있게 하고, 절대로 읽으면 안 되는 사람은 읽지 못하도록 한 秘書가 道德經 帛書本(도덕경 백서본)이다. 백서본은 9장 씩 9권 총 81장으로 구성된 노자의 도덕경 원판을 흩트려 놓았으나, 그래도 읽어 가는 규칙은 지키고 있다. 즉, 9개의 집과 9개의 방을 만들고, 각 집의 첫번째 방들 9개는 고정 시켜 놓고, 2번째 방부터는 이동 시켜 놓았지만, 반드시 다른 집에 있는 동일한 순번의 방으로만 옮겨 놓았다. 이 책의 목차는 노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도록 9권 9장으로 수정하였고, 주제별로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章(장) 마다 제목을 추가하였다. 또한, 9개의 집은 각각 道(도), 戰(전), 民(민), 爭(쟁), 聖(성), 慈(자), 儉(검), 敢(감), 樸(박/복)이라고 이름 붙였다. 백서본 읽는 방법은 머리말에 언급하였으며, 대강 다음과 같다. 원본은 9권 9장이므로 1에 9씩 더하는 수열은 1, 10, 19, 28, 37, 46, 55, 64, 73이다. 이 숫자들은 각 집들의 첫번째 방들이다. 이 수열 중 뒤쪽에 있는 숫자 4개(46, 55, 64, 73)는 한 번 더 위치를 옮겨 섞는다. 최종적으로 1장, 10장, 19장, 28장, 37장, 55장, 73장, 46장, 64장으로 수정된다. 그리고 이런 머리에 해당하는 장은 그대로 두되, 2~9번째 방에 있는 아이(章)는 옆집이나 그 옆집의 동일한 순서에 있는 방으로 옮긴다. 즉, 道(도) 2章이 집을 나갔다면, 나머지 8집의 머리장 바로 아래 두번째 자리에 옮겨져 있다. 어느 집인지는 모르지만, 2번째 방이라는 것 만은 알고 있다. 백서본 읽는 규칙에 따른 襲明(습명)을 모른 채 왕필본을 탐독하면서 어주(임금이 붙인 주석)까지 남긴 송휘종, 당현종은 어쩌다가 나라를 이끌게 되면서 도덕경을 잘못 이해한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숨겨진 규칙을 따르면서 읽는 도덕경은 어쩌다 보니 가정을 이끌고 있는 사람, 어쩌다 보니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리더,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런 리드를 모셔야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노자의 가이드이며 제안서다.
大學, 中庸, 道德經에 사용된 글자의 종류가 모두 합해도 세자리 숫자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지난 책들도 너무 서툴렀듯이 이 책도 뒤돌아보면 또 그러할 것을 알면서도, 군자도 성인도 아니니, 대강 이쯤에서 이렇게 내놓아 본다. 2023년 9월에 [세로로 읽는 대학]을, 2023년 10월에 [세로로 읽는 중용]을, 이번에는 [세로로 읽는 도덕경]을 출간한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이라고 하셨는데, 이러고 있는 걸 보면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구름에 가려진 달을 가리켜 보려 하나 손가락은 이리 저리 허공을 헤맬 뿐이고, 또 날이 밝으니 달이 어디쯤 있는지 짐작만 할 뿐이다. 다만, 더하는 것만 있기를 바라면서…
2023년 11월 21일 thypark